자율주행차가 아직 못 하는 것들
정전된 교차로, 멈춰 선 스쿨버스, 그리고 사고 책임까지 기술이 넘어야 할 벽

자율주행을 둘러싼 뉴스는 대개 '언제 상용화되느냐'에 쏠린다. 한국도 2026년 10월 정부가 2028년 광주에서 무인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기대가 커졌다. 그러나 먼저 상용화에 나선 해외 사례를 보면, 기술이 아직 풀지 못한 문제도 분명하다. 장밋빛 전망에서 잠시 비켜서 자율주행차의 한계를 정리했다.
예상 밖 상황에 약하다
2025년 12월 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변전소 화재로 대규모 정전이 일어났다. 약 13만 가구와 사업장이 영향을 받았고 신호등도 꺼졌다. AP 보도에 따르면 이때 웨이모 로보택시 상당수가 교차로를 건너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추거나 교차로 한가운데 서 버렸다. 다른 차들은 이를 피해 돌아가야 했다. 웨이모는 그날 저녁 서비스를 멈췄다가 다음 날 오후 재개했다. 회사는 정전 규모와 신호등에 미친 영향을 원인으로 들었다.
사람 운전자라면 경찰 수신호나 주변 흐름을 보고 판단할 상황에서, 자율주행차는 규칙이 사라진 환경을 어려워했다. 한 대의 실수가 아니라 같은 소프트웨어를 쓰는 여러 대가 동시에 같은 방식으로 멈출 수 있다는 점도 드러났다.
사람에겐 당연한 규칙을 놓친다
스쿨버스 문제도 있었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교육구는 정차해 정지 표지판을 편 스쿨버스 옆을 웨이모 차량이 지나간 사례를 19건 기록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2025년 10월 조사에 들어갔고, 웨이모는 12월 자발적 소프트웨어 리콜 계획을 밝혔다.
운전자 감독이 필요한 '레벨2' 기능도 예외는 아니다. NHTSA는 2025년 10월 테슬라 FSD가 신호와 차선 표시를 제대로 인식하고 대응하는지 예비 조사를 시작했다. 12월까지 적신호 통과나 잘못된 차선 진입 의심 사례가 최소 80건으로 늘었고, 테슬라는 검토해야 할 관련 기록이 8313건에 이른다며 제출 기한 연장을 요청했다. NHTSA는 앞서 2024년 10월에도 안개나 강한 햇빛처럼 시야가 나쁜 조건에서의 FSD 성능을 따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카메라와 센서가 사람 눈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악조건을 견디는지는 여전히 검증 대상이다. 감독형 기능은 운전자가 기술을 과신해 주의를 놓는 순간 위험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사고 나면 누구 책임인가
운전자가 없는 차가 사고를 내면 책임은 제조사, 소프트웨어 회사, 운영 사업자 가운데 누구에게 있을까. 정부는 10월 23일 이들 사이의 민사 책임 분담 기준을 담은 '사고책임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업계·보험업계·전문가가 참여하는 논의 기구도 꾸릴 계획이다. 다만 2026년 10월 기준으로 구체적인 기준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해킹과 데이터 문제도 따라붙는다. 정부가 로보택시 사업자에게 주행·승객 데이터의 국내 보관 의무를 지우고 제작사의 사이버보안 관리체계를 강화하기로 한 것도 해킹과 백도어 위험을 염두에 둔 조치다.
기술 바깥의 비용
사회적 영향도 따져야 한다. 택시 업계와의 상생 방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로보택시가 수익성 높은 지역에만 몰리면 고령층, 이동 약자, 수요가 적은 지역은 오히려 서비스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물론 자율주행 업계는 졸음·음주·부주의 같은 사람의 실수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하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고쳐 나가고 있다. 중요한 것은 기대와 한계를 함께 보는 일이다. 기술이 준비됐다는 말과 사회가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는 말은 같은 뜻이 아니다.
참고 자료
- Waymos blocked roads and caused chaos during San Francisco power outage (AP, 2025-12-22)
- Waymo will recall software after its self-driving cars passed stopped school buses (OPB/NPR, 2025-12-06)
- Feds find more complaints of Tesla's FSD running red lights and crossing lanes (TechCrunch, 2025-12-05)
- Tesla needs weeks to review 8,313 potential traffic violations (Bloomberg, 2026-01-16)
- 2028년 광주서 로보택시 상용화…자율주행 서비스 사업자 도입 (연합뉴스, 2026-10-23)
- 택시업계 '발칵'… 정부가 규제 풀고 도입 못 박은 '무인 로보택시' (이콘밍글, 2026-1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