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호출 95%를 쥔 플랫폼이 자율주행으로 가는 이유

카카오모빌리티와 쏘카, 포화된 시장 다음 판을 '운전자 없는 차'에서 찾다

사진: Ilya Plekhanov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국내 이동 플랫폼 시장의 두 강자가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 택시 호출의 카카오모빌리티, 카셰어링의 쏘카다. 두 회사 모두 기존 사업에서 이미 높은 점유율을 확보했고, 다음 성장 동력으로 자율주행을 꼽았다. 2026년 10월 기준으로 두 회사가 어디까지 왔는지 살펴봤다.

더 늘릴 곳이 없는 시장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호출 시장의 약 95%를 차지하고 있다. 2025년 매출은 7393억 원, 영업이익은 1155억 원으로 창사 이후 처음 영업이익 1000억 원을 넘겼다. 쏘카 역시 카셰어링 시장에서 80% 넘는 점유율을 갖고 있으며, 2025년 매출 4707억 원, 영업이익 232억 원을 기록했다.

숫자는 좋지만 고민도 같다. 이미 시장 대부분을 가진 만큼 같은 사업으로 덩치를 더 키우기 어렵다는 평가다. 두 회사가 자율주행을 차세대 사업으로 내세운 배경이다. 사람이 운전하던 이동을 소프트웨어가 대신하게 되면, 호출과 배차, 차량 운영을 쥔 플랫폼의 역할이 커진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강남 심야 운행으로 데이터 쌓기

카카오모빌리티는 2018년 자율주행 전담 조직을 만든 뒤 수도권 여러 곳에서 실증을 이어 왔다. 2026년 3월부터는 자체 기술을 적용한 차량으로 서울 강남 일대 심야 자율주행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웨이모 출신인 김진규 부사장은 8월 27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자율주행모빌리티산업대전(AME 2026)에서 강남에서 레벨3 기반 차량 6대를 운행 중이며 가동률이 84.2%라고 소개했다.

회사는 센서와 전자 장비를 모듈로 묶은 키트, 건물·차선·제한속도·횡단보도 정보를 담은 정밀지도, 완전 무인 운행을 위한 관제 체계를 갖췄다고 설명한다. 카카오T의 서울 자율주행 호출 플랫폼에는 다른 자율주행 기업의 차량도 연결돼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국내 자율주행 택시가 아직 한 자릿수에 머문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 방향도 바꾸고 있다. 규칙을 하나하나 짜 넣는 방식에 더해, 주행 데이터를 통째로 학습시키는 엔드투엔드(E2E) 모델을 시험하고 있다. 회사는 테스트가 순조로우면 연말쯤 E2E 모델을 실제 차량에 넣어 일반 도로에서 달리게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쏘카, 1500억 원 자회사와 '제주 구상'

쏘카는 2026년 5월 자본금 1500억 원 규모의 자율주행 전문 법인 에이펙스 모빌리티를 세웠다. 박재욱 대표가 신설 법인을 함께 이끌고, 공동창업자 이재웅 씨가 최고운영책임자로 복귀해 카셰어링 사업을 맡는 구조로 역할을 나눴다. 하루 110만km 분량의 주행 데이터를 처리하는 학습 체계를 만들고, 한국형 자율주행 기반 모델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7월에는 제주를 자율주행 특화 도시로 바꾸자는 3단계 구상을 제주도와 국회에 제안했다. 전기차 전환 유도, 자율주행 카셰어링 확대, 자율주행 호출 서비스와 로보버스 도입 순서다. 공항과 렌터카 거점을 잇는 셔틀이나 관광지 연결이 초기 후보로 거론됐다. 다만 이는 제안 단계로, 확정된 사업은 아니다. 현장을 찾은 지자체장과 국회의원도 방향에는 공감하면서 속도 조절과 주민 수용성을 강조했다.

결국 관건은 제도와 이해관계

기술만으로 풀리지 않는 숙제도 많다. 정부는 10월 23일 로보택시 운행 주체인 '자율주행 서비스 사업자' 제도를 새로 만들고, 2028년 광주에서 유상 운송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플랫폼 기업에는 길이 열리는 셈이지만, 택시 업계와의 상생 방안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국내 이동 시장의 강자들이 자율주행이라는 새 판에서도 주도권을 쥘지, 아니면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할지는 앞으로 2~3년의 제도 설계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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