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없는 택시, 2028년 광주에서 먼저 달린다
정부가 새로 만드는 '자율주행 서비스 사업자',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남았나

운전석이 빈 택시를 돈을 내고 타는 날이 구체적인 일정표에 올랐다. 국토교통부는 2026년 10월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2차 전체회의에서 자율주행 규제를 경쟁국 수준으로 손보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핵심은 로보택시를 운영할 법적 주체를 새로 만드는 것이다.
차를 만든 회사도, 택시회사도 아닌 '서비스 사업자'
지금까지 한국 법에는 운전자 없는 차로 승객을 실어 나르는 사업을 담을 그릇이 마땅치 않았다. 정부가 새로 도입하겠다는 '자율주행 서비스 사업자'는 이 빈자리를 채우는 개념이다. 차량 제조사나 기존 운수회사와는 성격이 다른 별도 주체로, 원격 관제로 운행을 지켜보고 승객 응급 상황과 사고 현장에 대응하며 운행 기록을 관리하고 사이버 공격을 막는 역할을 맡는다.
진입 방식은 인허가제다. 원격 관제 시설 같은 최소 요건을 갖추면 사업을 허가하는 구조로, 국토부는 미국과 중국의 로보택시도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관련 법은 내년까지 고치고, 자율주행 실증도시인 광주에서 2028년 로보택시 유상 운송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이 목표다.
함께 풀리는 규제들
운전석이 없는 자율차도 차고지 이동이나 충전처럼 예외적인 경우에는 시범운행지구 밖을 달릴 수 있게 된다. 일정 요건을 갖춘 기업은 차량 점검 같은 임시운행 허가 절차를 간소화한 '패스트트랙'을 이용할 수 있다. 다른 회사의 상용차가 모은 원시 데이터를 개발에 쓰는 길도 열린다.
판매 쪽 변화도 있다. 운전자 없는 차의 안전기준은 국제 기준을 국내 법 체계에 맞춰 들여오기로 했다. 그 전에라도 기업 간 거래(B2B) 판매가 가능하도록 2026년 말부터 성능 인증 제도를 운영한다.
자동차만 대상인 것은 아니다. 건설 현장, 주차장, 생활물류 시설에서 움직이는 이동 로봇에 대해서도 분야별 운영 기준과 맞춤형 규제 특례를 마련하기로 했다. 신산업 분야 행정 서류도 손봤다. 국토부는 우선 정비 대상 43개 서비스의 제출 서류를 331종에서 175종으로 약 53% 줄였다고 밝혔다.
데이터 규칙은 오히려 엄격해진다. 서비스 사업자는 주행·센서·승객 데이터를 국내에 보관해야 하고, 해외로 옮기려면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차량 제작사의 사이버보안 관리체계(CSMS)도 강화한다.
광주 200대에서 시작하는 실증
보도에 따르면 광주는 2026년 약 200대의 자율주행차로 도시 단위 데이터 수집을 시작했고, 2027년에는 광주를 포함한 5~6개 실증 도시에 약 3000대를 투입하는 구상이 제시됐다. 이런 실증을 거쳐 2028년 광주에서 유상 서비스로 넘어가는 순서다. 다만 차량 확대에 필요한 예산이 최종 확정됐는지는 2026년 10월 기준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아직 빈칸으로 남은 것들
굵직한 질문은 남아 있다. 정부는 택시 등 기존 운송업계와의 상생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안은 내놓지 않았다. 택시 업계의 참여 방식, 운행 대수 제한, 요금 체계, 기사 재교육 같은 쟁점이 모두 미정이다. 사고가 났을 때 제조사, 자율주행 기술 기업, 서비스 사업자가 민사 책임을 어떻게 나눌지 정하는 가이드라인도 이제 만들기 시작하는 단계다.
로보택시가 수익이 나는 도심에만 몰릴 경우 교통 소외 지역은 혜택을 보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도의 뼈대는 세워졌지만, 시민이 실제로 믿고 탈 수 있는 서비스가 되려면 남은 2년간 채워야 할 내용이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