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대신 능력으로, 고령 운전자 '조건부 면허' 어디까지 왔나

고령 운전자 사고 비중은 4년 새 15.7%에서 23.7%로 늘었다. 면허 반납과 조건부 면허 사이에서 해법을 찾는 중

사진: kallerna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가을은 고령 운전자에게 유독 위험한 계절이다. 도로교통공단이 2022년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65세 이상 운전자의 교통사고는 10월에 연중 가장 많고, 11월이 그 뒤를 잇는다. 사고가 늘어나는 시기를 맞아, 정부가 추진 중인 '조건부 운전면허' 논의가 어디까지 왔는지 짚어봤다.

숫자로 본 고령 운전자 사고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5년 65세 이상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4만 5873건이다. 1년 전보다 8% 넘게, 2021년과 비교하면 44% 늘어난 규모다. 같은 해 고령 운전자 사고로 숨진 사람은 843명으로 한 해 사이 10% 이상 증가했다.

전체 교통사고에서 고령 운전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2021년 15.7%였던 비율은 2025년 23.7%까지 올라갔다. 면허를 가진 65세 이상 인구가 같은 기간 401만 명에서 563만 명으로 40% 넘게 늘어난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반납률은 여전히 2%대

그동안 정책의 중심은 자발적 면허 반납이었다. 지자체들은 교통카드나 지역화폐를 지원하며 반납을 유도해 왔고, 최근에는 지원액을 최대 50만 원 수준으로 높이는 곳도 생겼다. 울산 울주군은 지원액을 높인 뒤 첫 달에만 430명이 신청해 전년 한 해 실적을 넘어섰다.

그러나 전국 단위로 보면 변화는 더디다.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률은 2021년 2.09%, 2025년 2.51%로 5년째 2%대에 머물렀다. 지난해 반납한 사람은 약 14만 명이다.

반납이 실제 운전자에게서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검토보고서는 충남 천안에서 2024년 면허를 반납한 사람 가운데 실제로 운전하던 사람이 16.9%에 그쳤다고 분석했다. 일부 지자체가 자동차보험 가입 등 실제 운전 이력을 증명하면 지원금을 더 주는 방식을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동 수단이 마땅치 않은 지역의 사정도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6년 조사에서 면허를 가진 65세 이상 농업인의 94.8%는 반납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대한노인회 등 노인 단체는 나이만을 기준으로 운전을 제한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입장이다.

조건부 면허, 2027년 하반기 목표

이런 한계 속에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조건부 면허다. 운전을 일괄적으로 막는 대신, 운전 능력에 따라 야간 운전이나 고속도로 주행을 제한하거나 안전장치 부착을 조건으로 다는 방식이다. 경찰청은 2027년 하반기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준비 작업은 이미 진행 중이다.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은 2026년 2월부터 가상현실 기반 운전능력진단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실증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지난 7월에는 65세 이상 운전자 740명에게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를 무상 지원하는 사업도 시작했다. 참여자는 진단시스템 주행 자료를 제공해야 하며, 이 자료는 시스템 고도화와 장치 효과 검증에 쓰인다.

남은 과제는 기준과 법

제도의 성패는 '누구에게 어떤 조건을 붙이느냐'에 달려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나이가 아니라 신체·인지 능력을 실제로 측정해 조건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고, 첨단운전자보조장치를 단 차량에 한해 운전을 허용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법적 근거를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11월 국회 상임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안전과 이동권 사이의 균형을 어떤 기준으로 잡을지가 남은 숙제다. (2026년 10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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